훈련소에서 감성 터졌던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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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e20m8241 작성일21-02-02 20:58 조회15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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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화창한 봄날, 모 사단 신교대에서 열심히 구를 때 쯤...
당시 고3이었던 친한 동생한테 '군것질거리 보내달라'고 편지를 보냄.
이새끼가 정말 보낼까 하고 생각없이 장난으로 편지를 보냈음.
(참고로 사제음식 반입 시 몰수 및 징계위원회 회부될 정도로 규정이 빡셌음.)
그리고 며칠 뒤, 각개전투 훈련이 있었는데,
나는 발바닥 부상때문에 훈련 째고 생활관에서 대기중이었음.
홀로 생활관에 남아 하염없이 땅바닥만 쳐다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조교가 나를 불러서 행정반으로 오라고 함.
영문도 모르고 행정반 갔더니 내 앞으로 소포가 옴.
앞서 말했던 친한 동생이 보낸 거더라.
훈련병 앞으로 도착한 소포는 교관이 직접 열어보고 확인하는 게 원칙인지라 난 그저 지켜만 봄.
박스 열어보니까 치약곽, 비누곽 10개가 청테이프로 아주 촘촘히 감싸져 있었음.
교관은 테이핑 퀄리티에 경악하면서 '야 이거 생필품이지?' 라고 말하며 확인도 안 한 채 나보고 그냥 가져가라고 함.
그리고 홀로 남겨진 생활관에 돌아와서 곽 안에 들은 것들을 확인해보니,
아이셔, 마이구미, 왕꿈틀이, 마이쮸, 새콤달콤, 초콜릿 등등 침이 고이는 군것질거리들이 한가득 담겨있었음ㅋㅋ
보자마자 왕꿈틀이 두봉지에 마이쮸 30조각 허겁지겁 해치워버림
그날 밤에 동기들한테 배탈 났다고 구라치고
밤새동안 화장실 들락날락 거리면서 똥칸에서 몰래 쳐먹는데 눈물이 하염없이 나더라...
(물론 같이 화장실가줬던 불침번 동기들한테도 나눠줌)
생각없이 쓴 편지에 진심으로 응해준 친한 동생이 너무 고맙기도 하고,
신교대에서 이런 사제식품을 먹는다는 게 정말...
자대가서도 그 감동은 못 잊었고, 말년때까지 츄잉캔디랑 초콜릿만 보면 그 동생 생각이 났음...
그리고 그 동생은 어느덧 공군 병장이 되어 말출을 앞두고 있다ㅋㅋ
그냥 술한잔 걸치고 잠 안 와서 써봄...
노잼글 읽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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