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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유니크한 칭호 획득썰.txt

e20m8241 2020-09-03 (목) 20:05 4년전 9  

열차사고 썰 https://www.fmkorea.com/3060162752

익사체 썰 https://www.fmkorea.com/3060319469

용광로 썰 https://www.fmkorea.com/3060412144

토막살인 & 미스테리 썰 https://www.fmkorea.com/3060504170

애프터서비스 썰 https://www.fmkorea.com/3061024742

폐기 썰 https://www.fmkorea.com/3061996751

자해썰 https://www.fmkorea.com/3062440783

회식썰 https://www.fmkorea.com/3063720145


먼저 썰쟁이 8연 포텐에 대가리 박고 그랜절 날려봅니다.

썰 풀기 전에 잠깐 궁금한 것 대답해 보자면,


Q : 아직 연락하고 지내는 검사님 있냐?

A : 없음. 다만 2, 3년 전에 공덕역 근처 서부지검이었나 아무튼 그 앞에 지나가다 낯이 익은 얼굴에 인사 드렸는데 한 일년 모셨던 검사님이셨음. 사직하시고 변호사 하고 계시더라. 그때 연락하면 술 사준다더니 명함 한 장 안 주고 가심. ㅋㅋ


Q : 글빨 좋더라. 전공이 뭐냐. 작가냐?

A : 부끄럽지만 한때 무협지로 먹고 살긴 했었음. 모 싸이트 골든베스트 1위도 먹어보고 책도 몇 권 냈음. 하지만 무협지 쓴다고 깝치던 시절 번 돈은 3년 동안 최저시급도 안 되고, 지금처럼 편당 연재 시스템으로 바뀌는 와중에 시대의 흐름을 못 따라가 은퇴한 뒤 원래 전공이 금속 쪽이라 기술자로 10년 가까이 쇳밥 먹다가 지금은 평범한 자영업자 1임.


Q : 한점의 포도 없는 삼겹썰이냐?

A : 소재와 사건의 흐름은 단 한 송이의 포도도 없음. 아니 당장 지금도 삼겹살 팔아 먹고 사는데 어찌 포도를 팔 수 있겠나. 다만 12년 전 기억을 더듬어 되살리다보니 묘사라던가 이런 건 내 머릿속에서 한 번 가공되었다고 볼 수 있음.


Q : 왜 정확한 지명이나 명칭을 쓰지 않나?

A : 아직도 현직에 근무하는 공무원들 중에 연락 닿는 사람이 있음. 축구 존나 좋아함. 펨코 앎. 잘못하다가는 좆된다는 생각에 최대한 돌려서 쓰고 있는 거임.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번 썰은 아마 검찰 공익 역사상 유일무이한 유니크 칭호를 획득한 썰이다.

때는 2009년 봄이었고, 저번에 올린 회식 썰이 있기 얼마 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검찰 공무원들이 족구, 축구, 배드민턴, 테니스, 뭐 이런 거 환장하게 좋아한다. 지청 급만 가도 청사에 테니스장 하나 없는 데가 없음. 주차장에 네트 펼쳐놓고 족구 뛰는 건 여반사고 매주 두어 번 씩 조기축구도 뛰고 그랬다. 그런데 그때 무슨 검찰총장배 전국 검찰 가족과 함께하는 체육대회인가 뭔가가 용인 사법연수원에서 열리게 되었다. 개가 똥을 지나칠 수 있나. 당연히 내가 근무하는 곳에서도 참가 신청을 냈고, 수사관들은 가뜩이나 체육활동 좋아하는 와중에 거의 한 달을 눈에 불을 켜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맹렬히 연습을 하다보니 당연히 업무는 뒷전이었고, 그렇게 싸지른 똥을 치우는 건 당연하게도 우리... ㅎㅎ 씨발... 수사관들은 연습 때문에 피로해졌고 우리는 싸지른 똥 치우느라 피곤해지는 와중에 마침내 체육대회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당시 공익을 담당하던 주임은 여자였는데, 나랑 나이가 네 살 정도 차이가 났고, 적당히 이뻤고, 적당히 착했고, 그리고 눈치는 적당히 없는 게 아니라 그냥 존나 없었다. (썸 있었냐 물어보는 거 원천 차단하기 위해 말하지만 소집해제 후 한 달도 안 돼 이 양반 결혼식 감)


주임이 날 불렀다. "펨붕아~ 운전하자~"

???


우리 청에서는 체육대회 하루 전에 관용 스타렉스로 모두 함께 용인으로 올라가기로 했는데,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틀딱 운전원은 힘들어서 장거리를 못 뛰겠다고... 그렇다고 다음날 대회 참석해야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운전을 하냐고... 맛있는 거 사줄 테니까 펨붕이 니가 운전하라고... 씨발 처음 임용되서 왔을 때는 천사 같더니 개꿀노예 1년 반 부려먹더니 아주 공익 부려 먹는데 도사가 되었다. 맛있는 거도 사주고 용돈도 준다니 뭐니 말을 하지만, 이건 뭐 가라고 그냥 쿡쿡 찌르는 거다. 뭐라뭐라 말하기 귀찮아서 뭐 알았다고 하고 그렇게 나도... 용인으로... 가게... 되었다...


그렇게 밤 늦게 도착한 법무연수원은, 시설이 상당히 좋았다. 멀리서 올라왔다고 원래 연수원에서 공부하는 사시합격자들이 쓰는 숙소를 배정해 주었는데, 놀랍게도 나한테도 1인실을 안겨줌. 냉난방도 잘 되고 온수도 잘 나와서 그날 도착하자마자 그냥 푹 잘 잤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고나서 그 다음날 체육대회가 열렸는데, 이런 씨발.


전국 검찰청에서 공익이 따라온 데는 우리 하나밖에 없었음.


난 내가 굉장히 평범하게 공익 생활을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봤더니 우리 청이 상당히 다용도로 공익을 부려 먹고 있는 것을 그날 알게 되었다. 그렇게 그날 유니크 칭호 하나를 얻었다. 검찰 체육대회 따라온 공익 펨붕이. 씨발 마비노기도 아니고 23살에 체육대회 끌려온 노예 칭호라니. 그런데 그날 얻은 유니크 칭호는 그거 하나가 아니었다.


체육대회 진행 도중 우리가 앉은 테이블에서는 항구도시 지청답게 문어 숙회 같은 걸 싸와서 사람들 먹으라고 올려두었는데, 갑자기 굉장히 온화하게 생긴 어르신 한 분이 슥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문어 숙회를 집어 잡수시기 시작했다. 난 당연히 관계자겠거니 하고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체육대회 당일 따로 자가용으로 오신 우리 지청장이 벌떡 일어나더니 거의 90도로 인사를 꼽는게 아닌가. 뭐야뭐야 눈알만 데구르르 굴리고 있는데 옆에 있던 담당 주임이 내 옆구리를 푹 찔렀다. 진짜 손 한 마디가 들어가게 찔렀다. 속으로 쌍욕을 하며 주임을 돌아봤더니 호들갑을 떨며 주임이 하는 말.


"펨붕아 얼른 인사 드려! 총장님이셔!"


응? 누구?

?????????????


그렇다. 그분은 내가 속해 있는 조직의 가장 꼭대기에 계신, 군대로 치면 포스타라고 할 수 있는 임채진 검찰총장이었다...


내가 그날 얻은 두 번째 유니크 칭호는 '검찰총장과 악수를 하고 기특하다고 용돈을 수령한 유일무이한 검찰 공익'이다. 가만보니까 이곳 펨코에도 검찰 공익들 제법 있던데 이런 칭호 가진 사람은 나밖에 없을걸? 지금으로 치면 윤석렬 총장하고 악수하고 인사하고 용돈 받은 셈이니.


나중에 집에 와서 받은 봉투 열어보니 20만원 있었음. 한 달 월급 개꿀...


(여담이지만 임채진 검찰총장은 노무현 대통령 때 임명되어 이명박 대통령 때도 살아남으셨는데, 노무현 대통령 자살 이후 모든 책임을 지고 사표를 쓰신 뒤 변호사가 되셨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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